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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페이에서 가이드선생님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동남쪽 핑린으로 이동했다.

핑린 = 평림(平林). 이름대로 평탄한 지형의 지역이라고 한다.

 

 

백청장차창으로 가는 길은 산길이 정말 좁고 꼬불꼬불하고, 가파른 언덕에 차밭들이 층층이 있었다. 무슨 지렁이 놀이하듯이 가는데 내가 깜짝 놀라니까 동행 선생님들은 아리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깔깔댔다... (그리고 1년도 지나지 않아 나는 아리산에 가게 되는데! 투비컨티뉴)

 

백청장차창.

간판은 차창, 벽 안내문에는 다원, 구글맵에는 차작방이라고 적혀 있다. 차창은 '차'를 취급하는 '창'고 도매상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한다. 다원은 차밭, 차작방은 차 만드는 곳이란 뜻인 것 같은데 여기는 차 농사를 짓고 차를 만들고 차 파는 것을 모두 다 한다. 

 

인터넷 홈페이지가 있다. https://www.by-teamaster.com/

문산포종 수상 경력이 굉장히 화려하다. 

 

包種茶|白青長茶作坊BY-TeaMaster|坪林|包種茶

兩位熱愛衝浪的兄弟返回鄉追求茶香韻味的傳承,用父親名字『白青長』成立同名品牌。 『白』氏百年製茶技術,摘種『青』心烏龍茶樹,揉做歷代傳承『長』條鎖狀的文山包種茶。家庭式茶坊

www.by-teamaster.com

하지만 내부는 굉장히 수수하다.

 

구글 리뷰인데 웃으면서 공감했다.

저도 여기에 와서 차를 구입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기 사장님들의 웬산바오종은 매우 훌륭한 맛. 또 가고 싶다.

차 공장 내부. 여러 가지 기계들이 있었다. 드라마 차금에 나오는 기계도 있다. (아직도 쓰는구나)

이 날 오전까지도 차 만드는 작업을 했다는데, 공장 안에 따끈따끈한 기운이 감돌았다. 한국에서도 보성차밭 한 번 구경 간 적 없던 내가 갑자기 제다 산업의 현장에 훅 들어선 느낌이었다.

 

문산포종만 4종 이상을 시음했다.

같은 곳에서 재배, 생산한 같은 종류의 차도 미세하게 맛과 향이 다르다는 게 신기했다. 생각해 보면 수확 시기와 기상 변화 등에 따라서 미세하게 달라지는 게 당연하다. 동행 분들은 첫 향, 뒷맛, 코에 남는 향기 등 역시 미세한 기준으로 차들을 평가하셨는데 이것 역시 신기했다. 나는 아직 그 정도는 아니어서.

건물 앞에서 보이는 차밭 풍경.

공기가 깨끗한 산골, 겸손하고 친절한 미소 뒤에 단단한 정직함과 자부심을 지닌 듯한 사장님들의 태도에서 신뢰와 존경을 느꼈다.

 

+) 여기에서 비 오는 여름날 공기에 파묻혀 문산포종을 시음했던 기억 때문인지 한국에 돌아와서 초여름 장마 때 빗소리를 들으며 마신 문산포종이 맛이 그렇게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