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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저녁에는 비가 제법 왔는데 찻잎 따기 체험을 하러 다원으로 가는 길에는 날씨가 맑아 다행이었다.

'전원일기' 의 배경처럼 논밭이 있는 시골 길을 달려 형산다원에 왔다.

 

 

방문객들을 유쾌하게 해 주는 공중부양 찻주전자.  

 

형산다원 사장님들 중 최소 한 분은 식물덕후가 틀림없다. 식덕은 식덕을 알아보는 법이고 재채기와 식물 사랑은 숨길 수 없으므로...

 

잠시 차덕이 아닌 식덕 모드 전환.

 

접란(나비란), 테이블야자, 아비스 고사리.

아래쪽 화분에는 직접 씨앗을 심어 싹틔우신 듯한 꼬마들.

 

사랑스러운 워터코인

 

소박하고 따스한 사랑이 느껴지는 틈새 식덕 zone.

 

 

다원에 왔으니 차밭을 보자.

 

여기도 차밭 (심어진 차나무 품종이 다름)

 

저기도 차밭

 

차나무 잎!

 

잎이 보라색인 품종.

 

 

소록엽선

 

찻잎 따기 체험을 했는데, 일단 이 때 기온이 33~35도였고 구름이 거의 없는 햇님 쨍쨍 날씨였다.

그리고 찻잎 따기라는 일은... 차를 만들기에 적당한 찻잎을 눈으로 보고 (일아이엽) 허리를 숙이고 손 끝에 힘을 주어 찻잎을 딴 다음 바구니에 넣은 다음 한두 걸음 옮겨 이성적 판단과 신체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다. 

내 차친구들은 모두 내가 "대만에가서찻잎따기체험을했는데정말힘들었고그후로마른찻잎한장을떨어뜨려도반드시주워서우려마신다." 라고 중얼거리는 것을 한 번 이상 들었을 것이다.

나는 이 때 내 허리 건강 상태가 썩 신통치 않음을 처음 느꼈다. 그리고 몇 달 뒤 급성 요통으로 한의원 치료 및 도수 치료를 받게 되며, 지금은 장기적 건강 관리를 위해 필라테스를 하고 있다.

찻잎 한 장도 소중히 하는 심성 수련과 허리 건강 상태 체크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찻잎 따기 체험을 내 차친들에게도 꼭! 추천하고 싶다. ^ ^

 

 

이름을 까먹었는데 미인의 손가락을 닮았다는 열매다.

 

 

찻잎 따기뿐만 아니라 덖고 말리는 제다 과정까지가 체험 코스였다.

33도~35도의 날씨. 그리고 뜨거운 솥. 나는 평소 뜨거운 스뎅 밥그릇 뚜껑도 못 열고 개완도 못 잡는 말랑손

세상에 나는 차에 대해서 이렇게 아는 것도 없고 찻잎 한 줌 만들 능력도 없으면서 벌컥벌컥 마시고 뭔가 아는 척까지 하고 다녔다니

뜨거운 반성

 

 

드라마 [차금] 에서 보았던 품차까지 경험할 수 있어 좋았다.

품차는 차의 장점을 감상하기보다는 단점을 비교해서 좋은 차를 가려내는 과정이라고 한다. 같은 다구(품평배), 같은 온도, 같은 시간으로 우려 비교하기 때문에 '이 차는 이 온도에서 우리면 가장 맛있고... ' 하는 식으로 개별 차의 사정을 헤아려 주지(?) 않는다. 

초보자인 나는 앞의 4가지 차를 맛본 후 코와 혀가 거의 마비되는 바람에 209 홍차는 무슨 맛인지 잘 느낄 수 없었다. 나 빼고 나머지 분들은 다들 '이거야 이거!' 하고 감탄하고 있는데 나만 호로록짭짭 스으읍 ???? 

사실 이 차여행 멤버들 사이에서 나는 상대적으로 차를 가장 모르는, 인삼밭의 행복한 고구마 포지션이었는데 (정말 행복했다. 모두가 나에게 이것저것 다정하게 알려 주었다.) 행구마 모먼트 중에서도 이 209 홍차 발견 당시 에피소드가 가장 웃겼다고 본다.

지금은 포담에서 절찬 판매중이며 내 차친들에게도 사랑을 받고 있는 209 홍차... 물론 나도 좋아한다.

 

 

다식으로 주신 매콤한 두부과자, 차 사탕, 차 쿠키.

 

그리고 차 아이스크림!!!!!!!

 

체험 프로그램에서 직접 따고 덖은 차는 건조 기계에서 건조한 다음 이렇게 봉지에 넣어서 가져갈 수 있다. 좀 묵혀야 맛있을 거라고 해서 뜯지 않고 두었는데 1년이 다 되어 가니 슬슬 뜯어 볼까 싶기도 하다.